"비닐봉투, 졸업을 명한다"…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플라스틱 졸업식'

20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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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출처: 플뿌리연대


"비닐봉투, 졸업을 명한다"…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플라스틱 졸업식'


시민 10명 중 8명은 이미 플라스틱과 헤어질 결심을 마쳤다.

정작 발목을 잡는 것은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시스템이었다.


김혜주 l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국제협력팀장 l hyejukim@osean.net



지난 6월 22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조금 색다른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생은 학생이 아니라 일회용품이었다.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을 포함한 국내외 17개 단체로 구성된 '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플뿌리연대)'가 '플라스틱 졸업식'을 테마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만 20~6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플라스틱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다섯 가지 일회용품을 차례로 졸업시키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는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태도를 보여준다. 응답자 열에 여덟이 플라스틱 오염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고(83.6%), 사용을 줄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81.3%).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선택지였다. 과반수가 훌쩍 넘는 응답자(68.7%)가 "제품이 일회용 포장재로만 팔려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을 사용한다"고 답했으니, 시민은 일회용품을 고른 것이 아니라 떠안고 있던 셈이다. 그래서 재사용 시스템이 갖춰지면 일회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79.1%로 높았고, 변화를 끌어갈 주체로는 정부(64.4%)와 기업(58.8%)이 가장 많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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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출처: 플뿌리연대



이날 플뿌리연대는 식품포장재, 배달용기, 페트, 비닐봉투, 일회용컵 및 음료용기 등 다섯 가지 일회용품을 차례로 '졸업'시켰다. 오션은 해양쓰레기 연구소이자 시민단체로서 축적해 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비닐봉투를 졸업시켜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발언에 참여했다. 특히 '친환경’ 비닐봉투조차 바다에서는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소재를 바꾸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바다로 가는 비닐봉투의 길목 자체를 끊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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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출처: 플뿌리연대



플뿌리연대가 정부에 내건 요구는 세 가지다. 배출전망치(BAU)에 기댄 감축 목표를 실제 발생량이 줄어드는 절대량 기준으로 바꾸고 명확한 이행경로를 설정할 것, 후퇴한 일회용품 규제를 되살리고 실효성 있는 감축 방안을 강구할 것, 다회용기 사용을 권고가 아닌 법적 의무로 삼아 장례식장과 경기장 같은 '닫힌 공간'까지 넓힐 것. 발언 이후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학사모를 하늘로 던지며 '플라스틱 사회'로부터의 졸업을 명했다.


※조사는 (주)마크로밀엠브레인을 통해 지난 5월 27일부터 28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조사 결과가 담긴 브리핑북 읽어보기: [파일 첨부]



[플뿌리연대 기자회견문]


‘탈플라스틱’ 사회, 시민들은 준비됐다. 정부는 강력한 정책으로 응답하라.


지난 4월 28일 제18차 국무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3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배출전망치(BAU)를 기준으로 한 목표로, 실상은 플라스틱 폐기물의 절대량이 증가하는 것을 방치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우리는 플라스틱 오염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육지와 바다를 넘어 인류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으며, 지역은 매일 쏟아지는 폐기물 처리 문제로 한계에 봉착했다. 플라스틱의 생산, 소비, 폐기 전반의 적극적인 감축이 필요하지만, 기후부는 탈플라스틱이라는 말만 내걸고 폐기물의 증가를 방치하고 있다. 이는 환경을 보전해야하는 부처 본연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정부의 이런 무책임한 태도가 플라스틱 감축을 바라는 시민들의 기대와 의지를 꺾는다는  점이다. 국내외 17개 단체로 구성된 ‘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이하 플뿌리연대)’는 전문 리서치 기관과 함께 지난달 28일, 29일 양일에 걸쳐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시민들의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인식과 감축 실천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 10명 중 8명(83.6%)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공감했으며, 81.3%의 시민은 일상 속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의지가 있다고 답했다. 


동시에 시민들은 플라스틱을 줄이고 싶어도 줄일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68.7%가 "구매하려는 제품이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로만 판매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한다"고 답했다.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만든 플라스틱 위주의 생산·유통 구조를 시민들이 떠안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답했다. 변화를 이끌 주체로 정부를 꼽은 응답이 64.4%, 기업은 58.8%에 달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이 거대한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시민들은 탈플라스틱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이미 마쳤다. 하지만 정부는 말로만 탈플라스틱을 외치고 정책적 비전과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민들이 언제까지 플라스틱을 줄이는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가? 플라스틱을 쓰고 싶지 않아도 써야만 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가? 정부는 지금 당장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탈플라스틱 정책을 도입하라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 


이에 플뿌리연대는 요구한다.


하나, 정부는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 목표를 '절대량' 기준으로 전환하고 명확한 이행 경로를 설정하라. 발생 전망치(BAU) 대비 감축이라는 눈속임에서 벗어나, 전체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목표와 함께 생산량 감축 목표를 담은 탈플라스틱 정책을 마련하라.


하나, 정부는 강력한 일회용품 감축 정책을 실시하라. 시민들은 포장재와 소비재가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하는 플라스틱으로 꼽았다. 그간 후퇴하고 중단되어온 일회용품 규제를 즉각 복원하고, 사용 및 판매 금지, 생산 금지, 경제적 유인책 등 다양한 수준의 실효적인 방안을 강구하라. 


하나, 정부는 다회용기 사용을 ‘권고’에서 ‘법적 의무’로 전환하고 이를 전방위로 확대하라. 다회용기 재사용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 중 하나다. 장례식장, 스포츠경기장, 영화관, 구내식당 등 '닫힌 공간' 전반에 대해 다회용기 사용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라.


2026년 6월 22일 

플뿌리연대



[오션 발언문]


우리는 오늘 비닐봉투에게 졸업을 명합니다.


오늘 플라스틱 졸업식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졸업은 떠나보낸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비닐봉투는 정말로 우리 바다를 떠날까요? 저희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은 해양쓰레기를 연구하는 연구소이자 시민단체로, 일회용품이 쓰인 다음 어디로 흘러가 어떤 피해로 이어지는지를 추적합니다. 그 추적의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비닐봉투는 스스로 바다를 떠나지 않습니다.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기록에 따르면, 모니터링이 시작된 이래 우리 해안에서는 100미터마다 평균 24개의 비닐봉투가 꾸준히 발견되었습니다.


비닐봉투는 무게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그 위험은 무게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가볍고 얇은 만큼 더 멀리 퍼지고, 물속에서 흐느적거려 해양생물의 먹이처럼 보이며, 잘게 찢어지고 나면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그 위험은 데이터로 확인됩니다. *우리 연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바다거북을 부검한 결과, 뱃속 플라스틱의 19%가 비닐봉투였습니다. 비슷한 성질의 필름과 포장재까지 더하면 38%로, 필름형 플라스틱 계열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과연 바다거북은 멀리 있는 피해자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소비가 어디로 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바다로 흘러가 찢어진 비닐봉투 조각은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수산물을 거쳐 다시 우리 식탁으로 돌아옵니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시급한 과제는 소비자의 선의에 기대는 캠페인이 아닙니다. 비닐봉투의 생산과 사용 자체를 줄이고 재사용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손쉬운 도피처가 있습니다. 바로 '친환경 비닐봉투'라는 이름입니다. 생분해성 소재도 바다에서는 쉽게 분해되지 않고, 다른 비닐과 똑같이 잘게 미세플라스틱이 됩니다. 게다가 국내에는 이를 따로 수거·선별해 처리할 제도도 설비도 없습니다. 소재만 바꾸는 것은 해법이 

아닙니다. 유럽연합은 일회용 포장재 전반의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을 늘리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비닐봉투를 전면 금지하는 나라도 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비닐봉투를 졸업시킨다는 말은, 더 이상 이 문제를 소비자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정부는 ‘친환경’이라는 이름의 우회로를 닫고, 생산과 사용을 줄이는 실효성 있는 규제와 유통 현장의 제공 금지 강화, 재사용 시스템 구축을 강력히 도입해야 합니다. 비닐봉투를 졸업시킨다는 것은 더 나은 비닐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바다로 가는 비닐의 길목을 끊는 일입니다. 


우리는 오늘 비닐봉투를 졸업시킵니다. 감사합니다.



*Moon et al. (2022) Environ. Pollut. 298, 118849 (한국해양과학기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