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줄 '합사'와 인조 미끼 '에기'가 배와 잠수사에게 주는 심각한 피해

202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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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조선소에 수리를 맡긴 선박과 프로펠러 축에 걸려 있던 밧줄과 낚싯줄(합사). 밧줄은 제거가 가능하나 합사는 녹아서 흠집을 낸다고 한다. (제공: 대포조선소)


낚싯줄 '합사'와 인조 미끼 '에기'가

배와 잠수사에게 주는 심각한 피해


가벼워서 통계에 없고, 질겨서 사람을 붙잡는다


홍선욱 I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대표 I sunnyhong@osean.net



수리를 위해 물 밖으로 올려진 배가 있다. 그 아래쪽, 스크루와 축에 낚싯줄이 단단히 감겨 있다. 강원 속초의 한 조선소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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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수리를 위해 물 밖으로 올려진 선박. (제공: 대포조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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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조선소에 수리를 맡긴 선박과 프로펠러 축에 걸려 있던 밧줄과 낚싯줄(합사). 밧줄은 제거가 가능하나 합사는 녹아서 흠집을 낸다고 한다. (제공: 대포조선소)



조선소를 운영하는 최원혁 사장은 감긴 줄을 가리키며 그것이 낚싯줄 중 '합사'라고 설명했다. 모노필라멘트로 단일 재질의 경사와 다른, 가는 실 여러 가닥을 꼬아 만들어 경사보다 훨씬 질긴 줄이다. 잘 끊어지지 않아 낚시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줄이지만, 바다에 남겨진 뒤에는 그 장점이 그대로 위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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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직접 운영하는 조선소 앞에서 설명하고 있는 최원혁 사장. (제공: 대포조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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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축에 남은 흠집 때문에 교체해야 하는 선박 축. (제공: 대포조선소)



최 사장은 배를 고치는 사람이자 속초해양환경구조대 대원이기도 하다. 바다에 남은 가느다란 줄이 배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그리고 그 줄을 걷어 내러 물에 들어가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양쪽에서 아는 셈이다. 밧줄보다 합사의 위험을 더 열심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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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축에 감긴 합사를 손으로 짚어 재현해 보이는 모습. (제공: 대포조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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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선박 수리 중 제거한 합사. (제공: 대포조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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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7] 사용 전 낚싯줄 합사. (제공: 홍선욱)



낚싯줄 중 '합사'가 위험한 세 가지 이유


잘 끊어지지 않는다. 바위나 방파제, 배의 구조물에 감기면 그대로 남는다. 사람 손으로 끊어 내기 어렵고, 물속에서 몸에 걸렸을 때 힘으로 빠져나오기 어렵다.


보이지 않는다. 워낙 가늘고 색이 옅어 물속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잠수사가 앞을 보고 들어가도 미리 발견하기 어렵다.


바늘이 함께 온다. 인조 미끼 에기에는 날카로운 바늘이 여러 개 달려 있다. 합사에 에기가 걸려 있으면 그 어떤 낚시 쓰레기보다 심하게 얽히고 베고 찌르는 장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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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 9, 10] (좌)문어를 잡는 인조 미끼 에기. 몸통 뒤쪽에 바늘이 갓 모양으로 둘러 달려 있다. (중앙)에기와 인조 미끼를 여러 개 단 채비. 바늘 갓이 줄줄이 이어진다. (우)물고기 모양 인조 미끼. 세 갈래 바늘이 두 개 달려 있다. (제공: 속초해양환경구조대)


이 세 가지가 겹치면서 합사는 한 번 유실되면 회수가 어렵고, 같은 자리에 돌돌 말려 엉킨 상태로 쌓인다. 방파제와 항·포구 주변에 오래 남는 위험망이 만들어지는 이유다.



닿는 곳마다 피해를 입힌다


배에 닿으면 스크루와 축에 감긴다. 회전하면서 마찰열과 압력이 생기고 부품(선박의 프로펠러 축과 선미관 베어링)에 미세한 홈이 파이거나 마모되며, 누수로 이어질 수 있다. 부분수리는 불가하고 교체를 해야만 하니, 그 피해 규모가 부품 가격만 고려해도 수백만원이 넘는 수준이다.


잠수사에게 닿으면 안전 문제가 된다. 슈트와 부력조절장치에 줄이 걸리는데 특히 등 뒤쪽에 걸리면 본인 눈에 보이지도, 손이 닿지도 않는다. 칼이 없으면 끊어낼 수 없다.


어민에게 닿으면 조업 손실이 된다. 유실된 합사와 에기가 어망에 걸려 그물이 찢어진다. 바다생물에게 닿으면 익히 알려진 피해가 되고, 방파제나 해안을 걷는 사람도 남은 줄과 바늘에 걸려 넘어지거나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다치지 않았으니까" 사라진 기록들


물속에서 줄에 걸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다가 칼로 끊고 빠져나온 일. 물 밖으로 나오는 길에 줄에 걸려 넘어진 일. 줄이 등 뒤에 걸려 스스로 어찌해 볼 수 없었던 일. 속초해양환경구조대 대원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구조대 김해수 대장은 내부 구성원의 기억만 모아도 이런 일이 여러 건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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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1] 속초해양환경구조대로부터 생생한 실태를 청취하는 모습. (제공: 속초해양환경구조대)



그런데 이 이야기들은 어디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칼로 끊고 나왔으니까, 동료가 떼어 줬으니까, 슈트만 찢어졌으니까 — 이런 일은 사고로 집계되지 않는다. 병원에 가지 않았으니 어떤 통계에도 남지 않는다. 서류상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바다가 되는 것이다.


안전 분야에서는 이런 사례를 준사고라고 부른다. 준사고가 많다는 것은 위험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운이 좋았다는 뜻이다.


배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사고가 나도 "낚싯줄이 감겼다" 정도로 정리되고 끝난다. 어떤 종류의 줄이었는지, 어디가 손상됐는지, 수리에 얼마가 들었고 배를 며칠 세웠는지가 표준화된 형태로 남지 않는다.  



가볍다는 이유로 통계에서 빠진다


합사는 가볍다. 무게로만 보면 해양쓰레기 통계에서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양이다.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은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가'로 이야기되어 왔다. 몇 톤을 수거했는지, 어떤 품목이 몇 개인지. 이 방식에서 합사는 늘 관심 밖의 항목이었다. 그러나 이제 얽힐 가능성, 끊기 어려운 정도, 바늘이 붙어 있는지, 누구에게 어떤 손해를 입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버려서 생기는 문제만이 아니다


안내판을 세우고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라고 적는 것만으로는 합사가 줄지 않는다. 합사와 에기는 고의로 버려지는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낚고 잡기 위해 고안된 도구이기에, 낚시 도중 바닥이나 구조물에 걸려 끊어지면서 유실되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다. 버리려던 사람이 없어도 줄은 바다에 남는다. 나일론 사(모노필라멘트사)를 이용하는 기존 낚싯줄보다 훨씬 강도가 세기 때문에 이 사용량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다면 메시지도 달라져야 한다. 낚시인들이 놓친 줄이 배의 축에 감기고 잠수사의 등 뒤에 걸린다는 사실, 걸린 줄을 어떻게 회수하는 것이 나은지, 어떤 채비와 습관이 유실을 줄이는지. 



모르는 채로 둘 수는 없다


바다에 남은 줄이 배를 멈추고 사람을 붙잡는다는 것은 현장에서 오래전부터 알려진 일이다. 모르는 것은 그 일이 얼마나 자주, 어디에서, 누구에게 일어나는가다. 기록이 없으니 위험은 늘 개인의 경험담으로만 남았고, 경험담은 안전 기준을 바꾸지 못한다.


오션은 지난 8월 9일 강원 속초를 찾아 속초해양환경구조대와 만났다. 이종수 박사가 동행했고, 대포조선소와 구조대 사무실에서 두 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눴다. 오션은 그동안 낚시쓰레기가 생태계와 해양생물들에 가한 피해만을 기록하고 연구하였다. 이번 만남의 자리에서 바로 합사와 에기가 사람과 배에 입히는 피해를 기록하는 공동연구를 함께하기로 했다.


바다에 남은 줄이 누구를 다치게 하는지 우리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 이제 우리는 실체를 아는 일부터 시작하려 한다. 바닷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기록이 낚시쓰레기 문제를 알리고 해결하려는 노력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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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osean@ose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