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낚는 어부의 동남아 바다산책
[베트남 닌투언(Ninh Thuận)(3)]
‘즉석 튀김어묵을 꺼려하게 된 이유’
김상수 | 사진가, 해양수산칼럼니스트 | docusea@naver.com
닌투언성(Tỉnh Ninh Thuận)은 베트남 남동부에 들어있다. 성도는 판랑-탑짬, 베트남 동해와 잇닿아 있는 자연조건을 바탕으로 수산해양 도시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이렇다 하게 소문난 해양관광지가 드물어 일부러 찾아오는 외국 관광객들을 쉽게 볼 수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방파제(Bờ kè Khánh Hội) 안쪽, 동해와 이어진 해협을 따라 들어가면 크고 작은 어선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는 포구가 길게 자리해 있으며, 포구 안쪽으로는 대단위 해상가두리 양식장이 포진해 있어 이채롭다.
[사진1. 베트남 중남부 닌투언 바닷가에서 생선살을 세척하는 남정네. 생선은 어묵의 원재료로 사용하는 백색어육(白色魚肉) 생선이었는데, 문제는 남정네가 세척 작업을 하는 주변 해안은 물론, 물속까지도 생활쓰레기 천지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베트남 어묵을 매우 좋아했었다. 특히 다양한 모양새만큼이나 다양한 맛을 내는 즉석 어묵튀김에 절임야채까지 곁들이면 맥주 안주는 물론, 주머니 가벼운 배낭여행자의 한 끼 식사대용으로도 훌륭했기 때문이다. 일부러 시장 안의 즉석 튀김어묵 가게를 찾아다닐 정도로 어묵을 좋아라했던 필자가 ‘했었다’는 과거형으로 표현한 데는 이유가 있다.
닌투언성에 들어있는 여러 어촌을 방문하며 취재를 하던 중 조업을 마치고 들어온 어선들이 해협을 따라 줄지어 있는 모습에 카메라 앵글을 맞추는 순간, 파인더 아래를 비집고 들어서듯 하는 알록달록한 해안쓰레기 탓에 차마 셔터를 누르지 못했다.
그제야 눈여겨보니 해안을 따라 길게 늘어선 것은 어선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눈길이 닿는 해안은 컬러풀한 비닐 천지요, 온갖 생활쓰레기가 눈앞에서 둥둥 떠다닌다.
[사진 2. 대부분의 해안이 쓰레기밭이다 보니 눈 둘 곳이 마땅치 않았다.]
[사진 3. 다양한 종류의 생활쓰레기가 수중까지 켜켜이 쌓여있다.]
베트남에 흔히 마주치는 포구 앞바다 풍경인데, 문제는 그런 바닷물에 허벅지까지 담근 남정네가 어묵으로 가공될 생선을 세척하는 모습이었다. 밑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꺼림칙한 탁도(濁度)의 물속에서 대가리 떼어내고 뼈까지 발라낸 뒤의 생선 살 토막만을 간추려 담은, 구멍 숭숭 뚫린 플라스틱 바구니를 푸욱 담갔다가 수면으로 올린 뒤 좌우로 휘휘 돌려가며 세척작업을 이어가고 있었음이다.
[사진 4. 수중에 쌓여있는 쓰레기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어묵용 생선 살을 세척하는 남정네.]
[사진 5. 세척을 마친 어묵재료용 흰살생선에서 물기를 빼내고 있다.]
[사진 6. 우리나라에서도 실꼬리 돔 등 베트남산 어묵재료로 수입하고 있다.]
남정네가 생활쓰레기로 오염된 바닷물에 몸을 담가 가며 세척해낸 실꼬리돔 등 흰 살 생선 토막은 포구 한쪽에 마련된 소박한 간이 작업장 아낙네들에게 넘겨진다. 평상 위 혹은 탁자 위에 비닐을 깔고 대기 중이던 아낙네들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베트남 특유의 얇은 숟가락 하나다. 숙달된 아낙네들은 등지느러미를 중심 삼아 좌우로 펼친 살 토막 끄트머리 껍질 부분을 손톱이나 고무 골무를 낀 손가락 끝으로 붙잡고 숟가락으로 ‘스윽’ 긁어내면 단번에 속살만 모이고 반대편에는 껍질만 쌓이게 된다. 이 아낙네들은 생선토막에서 속살을 발라내는 일만 한다. 길 건너 시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즉석에서 튀겨지는 어묵을 발견했으나 그저 보기만 했다.
[사진 7. 세척을 마친 생선살은 아낙네들이 숫가락으로 긁어모아 어묵가게와 공장으로 보낸다.]
큼직한 어묵 덩어리를 튀겨내는 튀김 솥 속에서 끓고 있는 기름도 본래의 색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꺼먼데다가 ‘쓰레기바다’에서의 세척 모습이 자꾸 떠올라 당장에는 도저히 맛볼 비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지금까지 이어져 그 좋아라하던 즉석 튀김어묵을 꺼리고 있다.
[사진 8. 해안 길 건너 시장안 어묵집에서 만들어낸 즉석 튀김어묵.]
[사진 9. 베트남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이동식 즉석 튀김어묵 수레.]
이동을 위해 다시 해안으로 나온 필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린아이들의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그 ‘쓰레기바다’에서 장난감 배를 띄우며 천진난만하게 노는 아이들이라니. 이들이 자라나면서 생활쓰레기를 거리낌 없이 대할까 봐 위태롭게 여겨진 것이다.
(다음 호에서 계속됩니다.)
[사진 10. 베트남 중남부 해안 닌투언 포구 전경. 해안 곳곳이 비닐봉지 등 생활쓰레기 천지다.]
[사진 11. 닌투언 포구의 해안 쓰레기 오염수 속에서 노는 어린이들이 위태롭게 보인다.]
사진 낚는 어부의 동남아 바다산책
[베트남 닌투언(Ninh Thuận)(3)]
‘즉석 튀김어묵을 꺼려하게 된 이유’
김상수 | 사진가, 해양수산칼럼니스트 | docusea@naver.com
닌투언성(Tỉnh Ninh Thuận)은 베트남 남동부에 들어있다. 성도는 판랑-탑짬, 베트남 동해와 잇닿아 있는 자연조건을 바탕으로 수산해양 도시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이렇다 하게 소문난 해양관광지가 드물어 일부러 찾아오는 외국 관광객들을 쉽게 볼 수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방파제(Bờ kè Khánh Hội) 안쪽, 동해와 이어진 해협을 따라 들어가면 크고 작은 어선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는 포구가 길게 자리해 있으며, 포구 안쪽으로는 대단위 해상가두리 양식장이 포진해 있어 이채롭다.
[사진1. 베트남 중남부 닌투언 바닷가에서 생선살을 세척하는 남정네. 생선은 어묵의 원재료로 사용하는 백색어육(白色魚肉) 생선이었는데, 문제는 남정네가 세척 작업을 하는 주변 해안은 물론, 물속까지도 생활쓰레기 천지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베트남 어묵을 매우 좋아했었다. 특히 다양한 모양새만큼이나 다양한 맛을 내는 즉석 어묵튀김에 절임야채까지 곁들이면 맥주 안주는 물론, 주머니 가벼운 배낭여행자의 한 끼 식사대용으로도 훌륭했기 때문이다. 일부러 시장 안의 즉석 튀김어묵 가게를 찾아다닐 정도로 어묵을 좋아라했던 필자가 ‘했었다’는 과거형으로 표현한 데는 이유가 있다.
닌투언성에 들어있는 여러 어촌을 방문하며 취재를 하던 중 조업을 마치고 들어온 어선들이 해협을 따라 줄지어 있는 모습에 카메라 앵글을 맞추는 순간, 파인더 아래를 비집고 들어서듯 하는 알록달록한 해안쓰레기 탓에 차마 셔터를 누르지 못했다.
그제야 눈여겨보니 해안을 따라 길게 늘어선 것은 어선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눈길이 닿는 해안은 컬러풀한 비닐 천지요, 온갖 생활쓰레기가 눈앞에서 둥둥 떠다닌다.
[사진 2. 대부분의 해안이 쓰레기밭이다 보니 눈 둘 곳이 마땅치 않았다.]
[사진 3. 다양한 종류의 생활쓰레기가 수중까지 켜켜이 쌓여있다.]
베트남에 흔히 마주치는 포구 앞바다 풍경인데, 문제는 그런 바닷물에 허벅지까지 담근 남정네가 어묵으로 가공될 생선을 세척하는 모습이었다. 밑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꺼림칙한 탁도(濁度)의 물속에서 대가리 떼어내고 뼈까지 발라낸 뒤의 생선 살 토막만을 간추려 담은, 구멍 숭숭 뚫린 플라스틱 바구니를 푸욱 담갔다가 수면으로 올린 뒤 좌우로 휘휘 돌려가며 세척작업을 이어가고 있었음이다.
[사진 4. 수중에 쌓여있는 쓰레기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어묵용 생선 살을 세척하는 남정네.]
[사진 5. 세척을 마친 어묵재료용 흰살생선에서 물기를 빼내고 있다.]
[사진 6. 우리나라에서도 실꼬리 돔 등 베트남산 어묵재료로 수입하고 있다.]
남정네가 생활쓰레기로 오염된 바닷물에 몸을 담가 가며 세척해낸 실꼬리돔 등 흰 살 생선 토막은 포구 한쪽에 마련된 소박한 간이 작업장 아낙네들에게 넘겨진다. 평상 위 혹은 탁자 위에 비닐을 깔고 대기 중이던 아낙네들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베트남 특유의 얇은 숟가락 하나다. 숙달된 아낙네들은 등지느러미를 중심 삼아 좌우로 펼친 살 토막 끄트머리 껍질 부분을 손톱이나 고무 골무를 낀 손가락 끝으로 붙잡고 숟가락으로 ‘스윽’ 긁어내면 단번에 속살만 모이고 반대편에는 껍질만 쌓이게 된다. 이 아낙네들은 생선토막에서 속살을 발라내는 일만 한다. 길 건너 시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즉석에서 튀겨지는 어묵을 발견했으나 그저 보기만 했다.
[사진 7. 세척을 마친 생선살은 아낙네들이 숫가락으로 긁어모아 어묵가게와 공장으로 보낸다.]
큼직한 어묵 덩어리를 튀겨내는 튀김 솥 속에서 끓고 있는 기름도 본래의 색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꺼먼데다가 ‘쓰레기바다’에서의 세척 모습이 자꾸 떠올라 당장에는 도저히 맛볼 비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지금까지 이어져 그 좋아라하던 즉석 튀김어묵을 꺼리고 있다.
[사진 8. 해안 길 건너 시장안 어묵집에서 만들어낸 즉석 튀김어묵.]
[사진 9. 베트남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이동식 즉석 튀김어묵 수레.]
이동을 위해 다시 해안으로 나온 필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린아이들의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그 ‘쓰레기바다’에서 장난감 배를 띄우며 천진난만하게 노는 아이들이라니. 이들이 자라나면서 생활쓰레기를 거리낌 없이 대할까 봐 위태롭게 여겨진 것이다.
(다음 호에서 계속됩니다.)
[사진 10. 베트남 중남부 해안 닌투언 포구 전경. 해안 곳곳이 비닐봉지 등 생활쓰레기 천지다.]
[사진 11. 닌투언 포구의 해안 쓰레기 오염수 속에서 노는 어린이들이 위태롭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