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낚는 어부의 동남아 바다산책
[淸淨바다와 汚染연안의 극명한 대비]
말레이시아 셈포르나 (1편)
김상수 | 사진가, 해양수산칼럼니스트 | docusea@naver.com
보르네오 한쪽 끝, 셈포르나(Semporna)는 동(東)말레이시아 사바주 동쪽 해안에 들어선 소읍이다. 일찍부터 이 조용한 어촌을 삶터로 여긴 이들 중에는 중국계 말레이시아 사람들도 많다. 제법 큼직한 마켓은 물론 구멍가게 주인도 화교고, 생선도매상이나 해조류 수입상 중에도 화교가 많다. 곳곳에 셈포르나 대신 한자로 선본군(仙本郡)이라 표현한 간판이 드물지 않은 이유다.
[사진 1. 말레이시아 사바 주에 속한 셈포르나(Semporna)의 청정 앞바다 풍경. 해초류 잘피와 불가사리 몇 마리가 맨눈에 보이는 전부다. 수심 1미터 안팎의 얕은 바다인데 오염된 셈포르나 연안에 질린 탓인지 ‘안구정화(眼球淨化)’가 된다. 알려졌듯이 잘피는 연안 해양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특히, 저서동물에게는 은신처인 동시에 산란장 역할을 해주는 한편, 해수 중 영양염류와 중금속을 흡수해 수질을 안정시키며, 수중의 탄소를 흡수하는 등 정화활동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상가옥으로 촌락을 이룬 포구를 향해가는 중에 본 가장 번듯한 건물은 이슬람사원인 모스크(Mosque)였다. 사바(Sabah)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에는 눈부시게 화려한 모스크가 산재해있다. 쨍쨍한 햇볕 아래 청색과 스카이블루, 황금빛 지붕을 이고 있는 모스크는 하늘과도 기막히게 조화를 이룬다. 어촌 중심의 소읍이라 그럴까. 주변 건축물 대부분이 해양습기 탓에 페인트가 벗겨졌거나 오래되고 낡은 시멘트 건물 군이어서 이방인의 눈에 모스크가 더욱 아름답게 돋보이는듯하다.
[사진 2. 바다로 가기 위해 들어선 길, 아름다운 모스크 뒤쪽 연안은 온갖 생활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사진 3. 포구까지 가는 내내 길 양쪽은 쓰레기 천지였다.]
[사진 4. 수상가옥 촌이 여러 곳이니 포구까지 가는 길도 다양한데 오염된 환경은 다를 바 없다.]
이런 모스크 옆을 통과해 바다와 인접한 수상가옥 촌에 들어서면 더 이상 아름다운 풍경은 보이지는 않는다. 플라스틱 등 온갖 생활쓰레기가 들어찬 해안과 들쭉날쭉한 수상가옥들 위로 솟아오른 깔끔한 모스크는 뭔가 조화롭지 않아 보여서 아쉽다 할까.
[사진 5. 뒷골목도 예외는 없다. 쓰레기 천지다.]
연안오염 정도가 너무 심하고 생활쓰레기가 높은 온도에서 부패하며 발생시키는 암모니아 냄새 탓에 두통이 날 정도인데, 촌락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의 건강이 염려스럽다. 수상가옥 촌이 많은 만큼 바다와 연결된 골목길도 숫한데, 환경은 모두 마찬가지, 생활쓰레기로 넘쳐나는 중이다.
[사진 6. 주변 섬 사람들이 모여드는 포구도 생활쓰레기로 뒤덮였다.]
[사진 7. 수상가옥 아래 물속이라고 다를 바 없다.]
사바 주 정부에서도 연안을 오염시키는 이 생활쓰레기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타키나발루의 한 친환경 여행사에서는 사바 주 정부에서 의뢰를 받아 바자우족 중심의 Regatta Lepa(레가타 레파) 축제기간 동안 방문 외국인을 대상으로 셈포르나 연안의 생활쓰레기와 청결문제에 대한 리서치를 하며 해결책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 조사를 하고 있었다.
[사진 8. 코타키나발루 도심과 인접한 수상가옥촌. 하늘에서 봐서 그런지 깔끔해보인다.]
포구에서 눈길을 끄는 소수민족들은 레파를 몰고 온 바자우족(Sama-Bajau)이다. 평생 바다를 유랑하며 살아가는 바자우 사람들에게 온갖 생활쓰레기로 오염된 땅은 그리 익숙지 않은 자연일 수밖에 없을 터. 매일 이른 아침, 레파(Lepa)에 싣고 온 다양한 건어물 등 수산물을 화교 수집상에 넘기고, 대신 자신들의 주식인 쌀과 사고녹말 등 생필품이며 아이들 주전부리와 바꾼 뒤 레파에 싣고 서둘러 바다로 되돌아간다.
[사진 9. 집이자 어선인 레파에 한 가족 여섯 식구가 타고 있었다.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준다.]
레파는 뭍에 정착하는 대신 여전히 이 바다 저 바다를 떠도는 일부 바다집시들에게는 중심이 되는 어로도구요 이동수단으로의 어선이자 숙식까지 해결하는 집이기도 하다.
배 뭇는 솜씨와 재료에 따라 다양한 모양새로 지어진다는 레파는 대부분 2톤이 될까 말까한 목선(木船)이다. 붐붐섬 주변 바다에서 마주친 전형적인 한 바자우의 배는 저래도 되나 싶은 정도로 허술해 보였다. 선체 길이는 5미터안팎, 나름 엔진이 장착되어 있고 지붕에는 잡아내 건조 중인 생선들이 널려있다. 선실 안에는 간난아이와 딸, 엄마가 앉아있고 두 아들은 뱃전에서 놀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지는 청정바다다.
[사진 10. 바자우가족 목적지는 속이 말끔하게 들여다보이는 셈포르나 주변 바다일 것이다.]
(다음 호에서 계속됩니다.)
사진 낚는 어부의 동남아 바다산책
[淸淨바다와 汚染연안의 극명한 대비]
말레이시아 셈포르나 (1편)
김상수 | 사진가, 해양수산칼럼니스트 | docusea@naver.com
보르네오 한쪽 끝, 셈포르나(Semporna)는 동(東)말레이시아 사바주 동쪽 해안에 들어선 소읍이다. 일찍부터 이 조용한 어촌을 삶터로 여긴 이들 중에는 중국계 말레이시아 사람들도 많다. 제법 큼직한 마켓은 물론 구멍가게 주인도 화교고, 생선도매상이나 해조류 수입상 중에도 화교가 많다. 곳곳에 셈포르나 대신 한자로 선본군(仙本郡)이라 표현한 간판이 드물지 않은 이유다.
[사진 1. 말레이시아 사바 주에 속한 셈포르나(Semporna)의 청정 앞바다 풍경. 해초류 잘피와 불가사리 몇 마리가 맨눈에 보이는 전부다. 수심 1미터 안팎의 얕은 바다인데 오염된 셈포르나 연안에 질린 탓인지 ‘안구정화(眼球淨化)’가 된다. 알려졌듯이 잘피는 연안 해양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특히, 저서동물에게는 은신처인 동시에 산란장 역할을 해주는 한편, 해수 중 영양염류와 중금속을 흡수해 수질을 안정시키며, 수중의 탄소를 흡수하는 등 정화활동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상가옥으로 촌락을 이룬 포구를 향해가는 중에 본 가장 번듯한 건물은 이슬람사원인 모스크(Mosque)였다. 사바(Sabah)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에는 눈부시게 화려한 모스크가 산재해있다. 쨍쨍한 햇볕 아래 청색과 스카이블루, 황금빛 지붕을 이고 있는 모스크는 하늘과도 기막히게 조화를 이룬다. 어촌 중심의 소읍이라 그럴까. 주변 건축물 대부분이 해양습기 탓에 페인트가 벗겨졌거나 오래되고 낡은 시멘트 건물 군이어서 이방인의 눈에 모스크가 더욱 아름답게 돋보이는듯하다.
[사진 2. 바다로 가기 위해 들어선 길, 아름다운 모스크 뒤쪽 연안은 온갖 생활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사진 3. 포구까지 가는 내내 길 양쪽은 쓰레기 천지였다.]
[사진 4. 수상가옥 촌이 여러 곳이니 포구까지 가는 길도 다양한데 오염된 환경은 다를 바 없다.]
이런 모스크 옆을 통과해 바다와 인접한 수상가옥 촌에 들어서면 더 이상 아름다운 풍경은 보이지는 않는다. 플라스틱 등 온갖 생활쓰레기가 들어찬 해안과 들쭉날쭉한 수상가옥들 위로 솟아오른 깔끔한 모스크는 뭔가 조화롭지 않아 보여서 아쉽다 할까.
[사진 5. 뒷골목도 예외는 없다. 쓰레기 천지다.]
연안오염 정도가 너무 심하고 생활쓰레기가 높은 온도에서 부패하며 발생시키는 암모니아 냄새 탓에 두통이 날 정도인데, 촌락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의 건강이 염려스럽다. 수상가옥 촌이 많은 만큼 바다와 연결된 골목길도 숫한데, 환경은 모두 마찬가지, 생활쓰레기로 넘쳐나는 중이다.
[사진 6. 주변 섬 사람들이 모여드는 포구도 생활쓰레기로 뒤덮였다.]
[사진 7. 수상가옥 아래 물속이라고 다를 바 없다.]
사바 주 정부에서도 연안을 오염시키는 이 생활쓰레기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타키나발루의 한 친환경 여행사에서는 사바 주 정부에서 의뢰를 받아 바자우족 중심의 Regatta Lepa(레가타 레파) 축제기간 동안 방문 외국인을 대상으로 셈포르나 연안의 생활쓰레기와 청결문제에 대한 리서치를 하며 해결책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 조사를 하고 있었다.
[사진 8. 코타키나발루 도심과 인접한 수상가옥촌. 하늘에서 봐서 그런지 깔끔해보인다.]
포구에서 눈길을 끄는 소수민족들은 레파를 몰고 온 바자우족(Sama-Bajau)이다. 평생 바다를 유랑하며 살아가는 바자우 사람들에게 온갖 생활쓰레기로 오염된 땅은 그리 익숙지 않은 자연일 수밖에 없을 터. 매일 이른 아침, 레파(Lepa)에 싣고 온 다양한 건어물 등 수산물을 화교 수집상에 넘기고, 대신 자신들의 주식인 쌀과 사고녹말 등 생필품이며 아이들 주전부리와 바꾼 뒤 레파에 싣고 서둘러 바다로 되돌아간다.
[사진 9. 집이자 어선인 레파에 한 가족 여섯 식구가 타고 있었다.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준다.]
레파는 뭍에 정착하는 대신 여전히 이 바다 저 바다를 떠도는 일부 바다집시들에게는 중심이 되는 어로도구요 이동수단으로의 어선이자 숙식까지 해결하는 집이기도 하다.
배 뭇는 솜씨와 재료에 따라 다양한 모양새로 지어진다는 레파는 대부분 2톤이 될까 말까한 목선(木船)이다. 붐붐섬 주변 바다에서 마주친 전형적인 한 바자우의 배는 저래도 되나 싶은 정도로 허술해 보였다. 선체 길이는 5미터안팎, 나름 엔진이 장착되어 있고 지붕에는 잡아내 건조 중인 생선들이 널려있다. 선실 안에는 간난아이와 딸, 엄마가 앉아있고 두 아들은 뱃전에서 놀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지는 청정바다다.
[사진 10. 바자우가족 목적지는 속이 말끔하게 들여다보이는 셈포르나 주변 바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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