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기 위한 이음, 오션 3.0 시대를 알리며

  • 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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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기 위한 이음,
오션 3.0 시대를 알리며

홍선욱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대표 sunnyhong@osean.net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이라는 비영리 법인을 설립한 지 어언 14년째 해를 맞았습니다. 긴 기간 동안 오션의 초석을 다지고, 약 2년간 오션 2.0을 거치며 성장했고, 지난 1월 새 사무공간으로 이전하면서 오션 3.0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음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풀기 위한 이음(Connection for Solution)’은 오션의 사명입니다. 아시아태평양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네트워크 허브가 되겠다는 미션을 한마디로 축약한 것입니다.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그동안 오션을 어떻게 운영해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우리의 다음 단계가 어떻게 될지 상세히 소개합니다.

모든 것은 해양쓰레기로 통한다.
오로지 해양쓰레기 문제에 천착하는 비영리단체라니! 이런 일이 가능할 거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3년을 돌이켜 보면 우리가 이 한가지 이슈를 깊이 파고들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플라스틱 위기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지 막막했을 겁니다. 오션의 모든 활동은 해양쓰레기를 향합니다. 또한 해양쓰레기의 80%를 차지하는 해양플라스틱을 향합니다.


▲ 오션의 연구와 활동 키워드 분석 결과

해양쓰레기의 양과 피해 원인과 해결에 집중
해양쓰레기는 모든 인간활동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그 종류와 원인도 다양합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특단의 대책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원인부터 찾아 해결하는 선택과 집중을 합니다. 


▲ 오션의 연구와 활동의 기본 방침 - 해양쓰레기의 절대적 양과 피해 저감

시민과학으로 해결 방법 탐구
오션의 모든 활동은 시민과 함께 합니다. 시민들이 참여하고 생산하는 데이터와 증거에 근거를 두고 해결 방안을 제시합니다. 광범위한 해양쓰레기 문제 대응에 있어 피해 대상이자 해결 주체인 시민의 참여가 없이는 데이터의 생산과 인식, 그리고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오션의 활동은 시민 참여 없이는 불가합니다. 일례로, 오션이 설계하고 진행하는 여러 시민과학 프로그램 중 가장 최근에 시작한 바다기사단은 드론과 수중카 메라, 스마트폰으로 해양쓰레기 자료를 모으고 시공간 분석, 사물인식과 기계학습 과정을 거쳐 다시 시민과학자 들과 자료를 필요로 하는 모든 이에게 개방하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 시민과학의 틀에서 모든 연구와 활동 수행

끊임없는 공부와 지식 나눔
오션은 매주 화요일 아침 10시 30분에 세미나를 진행합니다. 지난 13년간 470여 회의 세미나를 통해 최신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새로운 방법과 지식을 습득합니다. 변함없이 진행되는 세미나는 오션에 있어 지식의 산실이자 연구 역량을 높이는 원천입니다. 세미나를 마치면 요약과 토론을 정리하여 뉴스레터에 공개합니다. 세미나 동영상 기록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합니다.

꾸준한 논문 발표와 학술 활동
오션은 현재까지 27편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해양쓰레기의 종류, 원인과 분포가 주를 이루고 정책 개발에 대한 내용, 생태계, 경제, 선박항행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들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북태평양 지역의 해안과 부유쓰레기에 대한 리뷰 논문을 발표하였고, 해양환경에너지학회, 7차국제해양폐기물콘퍼런스에서 그간 연구했던 내용을 활발히 발표하였습니다. SCI급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 60%를 차지합니다. 오션의 대표인 저는 현재 해양플라스틱 연구로 유명한 국제학술지 ‘해양오염지(Marine Pollution Bulletin)’의 특별호 편집장을 맡아 논문 심사와 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발표한 논문의 주요 주제 구성

다양한 전공의 상근 연구원 증가
오션의 연구원 수는 2017년부터 서서히 늘어나 현재 13명이 함께 통영과 서울, 수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연구원들의 전공은 해양학, 지질학, 생태공학, 환경공학, 해양환경공학, 행정학, 해사법, 국제인권법, 국제개발학, 통계학, 인류학, 서양화 등으로 매우 다양합니다.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한 여정에 학제간 경계는 없습니다.


▲ 연구원, 논문수, 세미나수 (단위: 명, 건, 회)

운영은 연구프로젝트로, 비영리 활동은 기부금으로
오션의 운영은 연구프로젝트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연구용역의 수입이 늘어나기 시작하였고 최근 들어 국제사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회원들이 매달 기부하는 회비와 기업의 기부금은 비슷한 수준을 이어 오다 2020년부터 기업의 후원금이 증가하였습니다.


▲ 오션의 수입원과 구성(단위: 원)

기업의 기부금은 오션의 고유목적 사업, 즉 ‘과학과 시민 참여에 기반한 해양환경운동을 통하여 국제적 해양환경보전에 기여하기 위한 사업’에 투입합니다. 이것을 ‘풀기 위한 이음 사업’, 줄여서 ‘풀이사업’이라고 부릅니다. 문제를 풀기 위한 ‘풀기사업’, 행동 주체들을 잇기 위한 ‘잇기 사업’으로 구분합니다. 기업의 기부금은 현재까지 대부분 국내외 단체를 지원하는 ‘잇기 사업’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오션 자체의 연구를 집중할 ‘풀기사업’에도 투입할 예정입니다.


▲ 협력 및 지원 단체 수(단위: 개)

넓고 견고한 국제협력
플라스틱 오염종식을 목표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을 제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오션은 2021년 12월, 유엔환경계획(UNEP)으로부터 비영리 단체 인증을 받았습니다. 국내에는 3개 뿐입니다. UNEP가 진행하는 각종 회의에 참여하거나 문서에 대한 의견을 낼 기회를 가집니다. 오션의 국제협력팀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100여 개 시민단체 연합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공동진행자로 국제 협약의 제정에 기여해 오고 있습니다. 국제협력팀은 강력한 맨파워를 기반으로 다양한 국제협력 사업을 해내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에서 실시하는 연구사업, APEC 국가의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결정 틀 개발 사업, 매달 첫 화요일 국제세미나, 아시아태평양 해양쓰레기 시민포럼 월례회 운영, 영문 뉴스레터(Marine Litter News) 연 2회 발행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칩니다. 작년에는 세계농업식량기구(FAO)와 폐어구 유실률 조사를 하고, 국제해사기구(IMO)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 국제동향과 오션 대응


▲ 오션 수행 APEC 보고서와 영문 뉴스레터

오션 3.0의 새 사무실
얼마 전 오션은 통영 죽림의 조그만 오피스텔에서 시작한 이래 3번째 보금자리로 옮겼습니다. 새 사무실은 갤러리 카페형 사무공간으로 아름답고 쾌적하고 창의적으로 꾸몄습니다. 다음 달 오픈하우스 행사에 참여하셔서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넓은 테라스에서 햇볕을 받으며 해먹에 누워 오수를 즐길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한 작은 오피스텔(2009 . 10~2013. 9)과 새 사무공간 공사 모습(자세한 소개는 다음 달 공개)

오션 3.0의 새 조직표
오션에는 13명의 상근 연구원과 국내외 대학에서 온 인턴, 객원 연구원을 포함해서 19명이 해양쓰레기와 싸우고 있습니다. 또한 해양쓰레기 전문가 교육과정 ‘오션스40’을 통해 배출한 강사진,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현장 조사자, 바다기사단 기사를 포함해 수백명의 외부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오션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오션 3.0의 새 조직도와 담당자(괄호 안은 객원연구원과 인턴)

오션 3.0 운영
오션은 일터 안에서 탄소배출과 플라스틱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새로 넓은 사무공간으로 이전하였고 한 쪽 벽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전기와 난방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게 되었습니다. UV 차단 겸 단열필름을 유리면 전체에 시공하고 롤스크린을 설치하여 햇볕을 차단하고 보온에 주력하였습니다. 바닥을 부분 전기난방으로 설치하여 천정의 난방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실내 온도가 유지되도록 하였습니다. 실내화를 착용하여 실내 오염을 줄이고 공기청정기의 사용을 줄였습니다.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법인 차량 운행을 줄여오다 마침내 불필요하다 판단하여 없앴습니다. 오션의 연구원들은 사무실에서 가까운 곳에 거주하며 걸어다니는 사람이 많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 대응은 사용량 감량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일상 생활 속 일회용품 사용 회피는 오션의 오랜 습관이고 오션이 주관하는 모든 행사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습니다.

오션은 비영리 조직으로서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한 미션을 일관되게 수행함과 동시에 국내외 단체를 지원하며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 있습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응하여 기술 개선을 통한 시민과학 발전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오션은 2021년부터 빅데이터, 온라인플랫폼, 해양폐기물 온실가스 배출량 산출, Github를 이용한 데이터 코딩 등 새로운 연구과제를 수행하며 기술 환경 변화에 대비하고 적응하고 있습니다. 또한 앞서 설명한 바다기사단이라는 디지털 시민과학 프로그램을 발족하여 사물인식과 기계학습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투명한 의사 결정, 개방적 근무 여건과 구성원의 다양성은 오션의 장점입니다. 오션의 사업과 재정은 매년 총회 자료집에 담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수시로 동시 다발 회의가 이루어지고 토론을 통해 의사를 결정합니다. 오션의 모든 활동은 매월 뉴스레터를 통해 공개하고, 인스타그램(@osean_net)으로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션은 주 40시간과 코어 근무시간을 지키되, 추가 근무를 대체휴무로 사용하는 유연한 근무 조건을 유지하고 성과급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호칭을 직급 없이 ‘~~님’으로 통일하여 부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직장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과 직장이 하나가 되는 ‘덕업일체’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매달 뉴스레터로 오션의 대외적인 활동만 보아 왔을 독자들에게 오션 내부의 운영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다보니 소중히 간직했던 보물을 내어 보이듯 떨립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우리가 스스로에게 부여했던 미션과 문제 해결 중심의 연구와 실천으로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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