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8회 세미나: 플라스틱, ‘이만큼’ 먹으면 치사량에 이른다

202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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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이만큼’ 먹으면 치사량에 이른다


2026년 오션 특집 세미나, 플라스틱 섭식으로 인한 해양생물 폐사 연구 저자 세미나 진행


이민성ㅣ (사)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연구원 ㅣ mslee@osean.net


 

인류를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이제 미세플라스틱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해양생물은 눈에 보이는 대형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섭식하며 직접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 


요즘 우리는 매체를 통해 부검 중 신체 내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된 해양 생물의 모습을 자주 접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이미지에 조금씩 무뎌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단순히 "플라스틱을 섭취했다"는 사실과 "플라스틱이 직접적인 사인이 되었다"는 것은 엄밀히 따져보면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섭취 사실만으로는 폐사와의 과학적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 


만연해버린 오염 속에서, 플라스틱이 해양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에 "과연 플라스틱을 얼마나 먹어야 죽음에 이르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오션 컨서번시는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해양 동물의 '플라스틱 섭식 급성 폐사 임계값'을 제시하는 연구를 발표했다.


*대형 플라스틱(Macroplastic): 통상적으로 25mm 이상의 크기를 가진 플라스틱 조각을 의미하며, 육안으로 식별 가능하다


2026년 오션의 첫 국제 세미나, 그 포문을 열다


1월 6일에 열린 2026년 오션의 첫 국제 세미나는 이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태국, 대만,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아시아태평양해양쓰레기 시민포럼(APML)의 오랜 파트너인 오션 컨서번시 소속이자  본 논문의 제1저자인 Erin Murphy가 발표를 맡았다.


Erin은 발표에서 바닷새, 해양 포유류, 바다거북 등 3개 분류군이 4가지 유형의 플라스틱(연질, 경질, 고무, 폐어구)을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급성 폐사 위험을 정량적으로 설명했다. 일례로 바닷새는 풍선 조각과 같은 고무 재질을 단 3개만 섭취해도 폐사 확률이 50%에 달했다. 바다거북은 표본 중 47%가 플라스틱을 섭취한 것으로 조사되어 섭취 비율이 매우 높았지만, 다행히 치사 임계점 또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저자는 먹이를 닥치는 대로 먹는 습성이 있는 어린 개체군에게는 플라스틱 섭취가 더욱 치명적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한편, 해양 포유류는 폐어구 섭취로 인한 피해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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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가 더욱 설득력을 얻은 것은 연구의 한계를 명확히 인정하고, 데이터의 정밀성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Erin은 분석 과정에서 '굶주림(Starvation)'나 '쇠약(Emaciation)'으로 인한 폐사 케이스는 과감히 제외했다. 플라스틱 섭취가 영양실조를 유발할 수는 있지만, 부검만으로는 직접적인 사인을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직 위장관의 천공, 폐색, 꼬임 등 물리적 사인이 명확한 경우만 분석하여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였다. 


물론 한계 또한 존재한다. 해안가로 밀려온 사체 부검 데이터에 의존했기에 본 조사가 야생 개체군 전체를 대변하기 어렵고, 굶어 죽거나 만성적인 피해를 입은 개체들은 통계에서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한국과 필리핀, 베트남과 하와이(미국)의 연구자들은 자국의 상황을 대입하며 플라스틱의 분류 기준, 데이터의 과소평가 등 의견을 나눴다. 


활발한 토론 끝에 이번 세미나는 단순한 지식 공유를 넘어, 아시아-태평양 해양쓰레기 공동 대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점검하는 시간이 되었다. 향후에도 APML 연구자들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 수립과 표준화된 조사 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를 지속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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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세미나 영상 캡쳐]


세미나 영상 보려가기 -> YouTube 링크